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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제주도 자전거 일주여행 - (4) 둘째 날 (송악산 - 남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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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제주도 자전거 일주여행 - (4) 둘째 날 (송악산 - 남원)

Alternative_TechTree 2025. 1. 3. 13:15

안녕하세요, Alternative입니다.

이 글은 저의 3박 4일 제주도 자전거 일주여행을 안내하는 연작 글 중 4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둘째 날, 대정읍의 레몬트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쇠소깍을 넘어 남원까지 달렸던 경험을 정리해 드립니다.

둘째 날 코스

 


 

레몬트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을 먹고 정리한 뒤, 9시에 출발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설명드렸듯이, 든든한 조식을 먹으면 아침을 따로 챙겨먹는 시간도 아끼고 점심시간도 늦춰지므로 하루의 효율이 굉장히 올라갑니다. 좋은 조식을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잠시간의 읍내 길을 지나고 나면 한동안 해변길이 펼쳐집니다. 금새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송악산 주변은 탁 트이고 청명한 풍경입니다. 만약 시간이 충분하다면 송악산 둘레 산책길을 걷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곳입니다.

저는 겨우겨우 가져온 드론으로 송악산 주변 풍경을 담았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이정도면 캘리포니아 해안

 


 

송악산의 풍경을 즐기고 난 뒤, 산방산으로 떠납니다. 송악산 - 법환바당 코스입니다. (30km)

저와 비슷한 반시계 방향, 3박 4일 일정으로 된 코스를 택하신다면 둘째 날의 송악산 - 법환바당 구간이 가장 지옥입니다. 오르막이 매우 많고, 힘듭니다. 산방산과 그 이후의 크고 작은 오름들을 끊임없이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체력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우선 산방산입니다. 멀리서 보면 우와 멋있다~ 정도이지만 시내를 뚫고 산방산으로 오르는 순간 멋있음은 고통스러움으로 바뀝니다. 정말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다행히 아주 길진 않습니다. 열심히 올라오고 나서 산방산 중턱에서 보는 경치도 좋습니다.

특히 산방산 코스의 백미는 내리막입니다. 올라오는 게 힘들었던 만큼 내리막의 짜릿함이 기막힙니다. 왼쪽으로는 산방산, 오른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있으면서 그 사이를 가파른 내리막으로 질주하며 내려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주도 일주 코스의 내리막 중 단연 TOP 1입니다. 다만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고 길이 좁으므로 자칫하다간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초보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 다음 그 유명한 

'건강과 성 박물관'을 지나 군산오름 뒤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게 됩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해변가에 가까운 자전거길일수록 평지이고 경치가 좋으며 반대로 내륙일수록 오르막이며 재미가 없습니다. 군산오름 뒤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매우 긴 내륙 길으로 꽤 가파른 오르막이 쭉 이어지며 재미도 없습니다. 고속도로를 끼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중간중간 잘 쉬면서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군산오름의 풍경이 펼쳐지는 컴포즈 커피 서귀포창천점. 여기에도 노숙자가 있었다. 힘내세요.

그렇게 기나긴 내륙로를 지나고 나면 중문관광단지로 이어집니다. 그랜드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를 내륙 쪽으로 끼고 돌아 내려오는 길의 경치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 다음 고즈넉한 시내를 뚫고 내려오면 법환바당 인증센터가 보입니다. 이때 시간이 1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점심으로는 인증센터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버거인제주' 수제버거 전문점에 갔습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맛! 같은 건 아니지만 아주 잘 만든 수제버거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양도 많았고요.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버거를 해치우고 두 시가 되기 전 출발했습니다. 다음은 법환바당 - 쇠소깍 코스입니다. (14km)

이 코스도 마찬가지로 내륙 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이 대부분입니다. 다행히 내륙치고 멀리로 보이는 한라산 풍경이 나쁘지 않아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괜찮습니다. 단, 통행량이 많은 찻길 옆의 갓길로 달려야 합니다.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내륙 코스가 끝나면 시내를 뚫고 다시 해안길로 내려옵니다. 이때부터 멀리로 쇠소깍 앞 바다에 있는 섬인 섶섬이 보이는데, 풍경이 근사합니다. Photogenic한 곳이 많으므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걸 추천합니다.

치명적인 뒷태

경치 좋은 해변가를 느긋히 쭉 따라가다 보면 쇠소깍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풍경이 딱히 예쁘다거나 쉬기 좋은 곳은 아니라, 물을 챙기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바로 출발했습니다.

 


 

쇠소깍에서 출발한 시간은 3시 반 경입니다. 다음은 쇠소깍 - 남원 코스입니다. (약 18km)

쇠소깍 다음 인증센터인 표선해변 인증센터까지는 28km로 너무 길었기에, 남원의 동쪽에 있는 도토리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잡고 거기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초반에는 내륙코스입니다. 내륙이지만 경사는 많이 없고, 주로 탁 트인 평지입니다. 귤 농장과 비닐하우스가 많습니다.

그 다음엔 해안도로가 쭉 이어집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쭉 따라 달리는 느낌입니다. 이전에 남원 쪽은 놀러와본 적이 있기에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달렸습니다.

숙소로 잡은 도토리 게스트하우스는 남원 서쪽 자전거길에서 약 5분 정도 내륙으로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어두운 길 안쪽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저녁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보로 20분 가량(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삼덕고깃집'에서 먹었습니다. 두루치기 1인분에 9천원, 소주 한 병에 3천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1인분의 양도 많아서 성인 남자 두 명이서 2인분에 공기밥이면 충분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지만 동네 사람들로 꽉 차있는, 진정한 로컬 맛집이었습니다. 잘 볶아진 두루치기에 한라산 한잔이 극락이었습니다.

'주정뱅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전거 여행객(나아가 조용하고 편한 숙소를 원하는 모든 여행객)에게 도토리 게스트하우스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나름 미리 알아보고 골라서 간 것이지만, 아주 나쁜 경험을 하고 나왔습니다.

- 기본적으로 어둡고 위험한 산골 도로 옆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 편의점도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밤에 편의점을 가기는 위험하고 힘듭니다.
- 세탁이 되지만, 세탁비가 무려 10000원입니다. 주변이 인적이 드물고 인프라가 없는 곳이라 코인빨래방 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책정한 가격으로 보입니다.
- '한적한 시골마을'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저녁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별채 식당에서 술파티가 벌어졌습니다. 별채는 본 건물 바로 옆에 있어 취객들의 떠드는 소리가 매우 생생하게 들렸으며, 앞마당에 묶어놓은 개가 취객에게 밤새 짖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취한 사람들은 복도와 객실에서 무신경하게 떠들고 코를 골고 잤습니다. 이런 '활기찬' 분위기 덕분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 남자 화장실은 샤워실과 겸용으로 쓰이며, 전체에 한 개 뿐이라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객실 내외에 수많은 바퀴벌레 트랩이 있었습니다.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이 술을 퍼마시고 웃고 떠들고 난장판을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다른 숙소를 알아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여행기이지만, 기억을 되살리며 초보 제주도 자전거 여행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드리려 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은 셋째 날 일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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