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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가 발생했을 때 아이폰에 나한테 해준 것 - 애플 생태계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느 방향을 꿈꾸고 있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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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가 발생했을 때 아이폰에 나한테 해준 것 - 애플 생태계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느 방향을 꿈꾸고 있는가

Alternative_TechTree 2024. 8. 30. 22:47

안녕하세요, Alternative입니다.

지난 몇 주간, 저는 청각 장애를 진단받고 치료받았습니다.

저의 청각 장애(청력 저하) 진단과 치료 자체도 한국 의료 시스템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시라고 생각하지만,

의사를 찾고 진단을 받으며 치료를 받는 전 과정에서 애플 생태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저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시적 청력 저하라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애플 생태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애플이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시장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를 제 나름대로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단

1일차: 시끄러운 소리가 지속되는 환경(락밴드 라이브 콘서트)에 약 3시간 정도 노출이 되었습니다.

상당한 음량의 소리이긴 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이기도 하고,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끝나고 난 직후부터 왼쪽 귀가 먹먹하고, 울리며, 이명이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이라 약간 당황스러웠으나,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했기에 우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3일차: 먹먹함과 이명이 그대로 지속되고, 울리는 듯한 느낌은 더욱 심해져 왼쪽 귀로 듣는 모든 소리가 터널을 통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에 관련 정보를 물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제 질문글에 달린 대답 중 하나가 '아이폰에서 Mimi 앱을 사용해 스스로 확인해봐라'라는 것이었습니다.

 

Mimi는 소비자용 오디오 장치를 위한 소리 커스터마이즈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기업입니다.

개인의 청력 테스트를 위한 Mimi Hearing Test라는 앱을 애플 App Store를 통해 배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청력 프로필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https://apps.apple.com/us/app/mimi-hearing-test/id932496645

 

‎Mimi Hearing Test

‎The Mimi Hearing Test is an easy and reliable assessment of your hearing, delivering understandable results in just 5 minutes. - Modern assessment: Test quickly and thoroughly a wide range of frequencies. - Instant results: Receive valuable insights fro

apps.apple.com

 

해당 앱을 아이폰에 다운로드받아 설치하면 순음청력검사(Puretone Audiometry, PTA)와 매우 유사한 검사를 직접 시행해볼 수 있습니다.

Mimi의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앱을 통한 검사를 '이상적인 환경에서 의도된 데로 사용하면' 정확한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Mimi Hearing Test는 유럽연합(EU)에서 CE-certified medical product(class I) 인증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 만큼, 해당 기술력은 객관적으로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는 개편된 EU 규제로 인해 인증이 해제됨)

CE certification은 유럽연합령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인증으로, 미국의 FDA certification에 대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블로그 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Mimi Hearing Test 앱이 검사 전 변인통제를 하는 과정

청력검사를 시작하기 전 주변 환경이 충분히 조용한지도 체크하고, 지원되는 헤드폰만을 사용하도록 권유하며, 사용자의 조작 반응 속도까지 고려한다고 소개되는 만큼 의료기기로서의 가치답게 꽤나 믿음직스럽고 신뢰를 줍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지원되는 헤드폰'은 전부 애플 브랜드의 이어폰/헤드폰이라는 점입니다. 애플의 에어팟, 에어팟 프로, 에어팟 맥스, 이어팟, 그리고 비츠 제품군 중 일부를 지원합니다. 아이폰 유저의 적지 않은 수가 애플 브랜드의 이어폰을 사용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접근성도 챙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Mimi 앱으로 측정한 청력 민감도. 소음으로 인한 청력 저하의 특징적 소견인 4kHz 감소가 잘 보인다.

앱에서 지시하는 데로 청력 검사를 완료하면 청력도(Audiogram)와 매우 유사한 청력 민감도 그래프와 전반적인 청력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몇 가지를 보여줍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청력도라 표기하지 못할 뿐 사실상 동일한 그래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양쪽 귀에 대해 각 주파수의 순음마다의 청력 역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청력 민감도에서 저는 불편한 왼쪽 귀의 4kHz 대역 주파수 청력 역치가 30dB HL만큼 감소했었습니다. 가벼운 청력 저하의 기준이 대체로 25-30dB HL인 만큼 큰 폭의 감소는 아니었지만, 왼쪽 귀의 다른 주파수나 오른쪽 귀의 주파수보다 확연히 떨어져 있었기에 이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를 보고 검색해본 결과, 4kHz 주파수의 단독 청력 감소(4k dip)는 소음으로 인한 청력 저하의 전형적 소견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제 상황과도 부합했습니다.

다만 디테일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에어팟의 저음을 줄이기 위해 설정에서 '오디오 사용자화'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저음역 소리가 줄어들어 검사 결과 상 양쪽 귀 저음역대 청력이 전부 약간 감소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추후 '오디오 사용자화'를 끄고 다시 테스트한 결과 저음역대 청력이 정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접근성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오디오 사용자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용자 이슈이긴 했지만, 설정 중 이를 감지하고 끄는 옵션을 제공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력 민감도 결과를 보고 병원에 빠르게 가 보기로 결심합니다.

 

진단과 치료

4일차: 가까운 이비인후과 의원에 들러 의사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니, 제대로 된 설비에서 순음청력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의원에서 직접 시행한 순음청력검사 결과. 위의 Mimi 청력 민감도를 비교하면 저음역대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정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는 Mimi Hearing Test와 매우 유사하게 '왼쪽 귀 4kHz 대역 주파수 단독 청력 역치 30dB HL 감소'로 나오고, 청력도 그래프도 거의 동일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제가 문제가 되었던 고음역대 이상을 상당히 정확한 수준으로 포착했던 점, 그리고 나머지 음역대 청력도 오차범위 10dB HL 이내로 맞추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전문적인 의료기기 급의 정확도는 아니지만, 추세 확인이나 비교, 추적검사 등의 보조적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제 경구 스테로이드(Prednisolone) 제제를 사용해 치료할 것이라고 하면서, 완전 관해 가능성/부분 관해 가능성/치료 실패 가능성이 각각 33%씩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예후 인자 중 하나로 '장애 발생 후 얼마나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였는지'가 있다고 설명하시며, 빠르게 올수록 치료 성적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는 급성 청력 저하/이명 환자분들 중 아직 병원에 가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한시라도 빠르게 가보시길 바랍니다. 응급실로도 오는 문제라고 합니다.)

 

약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치료는 경구 Prednisolone이 위주가 되며,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이나 고압 산소 요법도 있지만 접근성이나 효용성의 문제로 경구 Prednisolone 2주간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참 동안 질환에 대해 알아보다가, Mimi Hearing Test에서 아이폰의 '건강'앱으로 청력 민감도 검사 결과를 Export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 앱으로 검사 결과를 옮기고 살펴 보니 애플의 양식에 알맞게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옮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 아래에 애플이 제공하는 검사에 대한 설명과,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써져 있었습니다. 설명은 기사(아티클)의 형태로 별도의 카드를 통해 제공되는데요. 이를 보면서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의 청력 저하인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교육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는 애플 생태계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안내해주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청각 손실 이해하기'라는 글에는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즉, 손상이 생긴 후에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면 손상이 영구적이 되거나 악화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애플워치에는 소음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 워치를 사용 중이었기에 아래의 '더 알아보기'를 눌렀더니,

'워치' 앱이 열리면서 애플 워치의 주변 소음 측정 기능 설정창으로 바로 안내되었습니다.

주변 소리 측정 옵션을 켜고 소음 임계값 설정에 들어가니, 위 스크린샷처럼 역치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역치 설정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보건 기구(WHO) 기준 각 역치가 하루에 몇 분까지 허용되는지, 언제 알림이 오는지까지 설명되어 있어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애플 워치 자체에서 '소음' 앱으로 실시간으로 주변 소음을 측정할 수 있었으며, 워치 페이스에서 컴플리케이션으로 현제 주변 소음 정도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청력 손실을 발생할 수 있는 큰 소리가 나는 환경에서 알림을 받고, 이를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일차(치료 4일차):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귀가 울리면서 아픈 것이 점차 사라지고, 이명이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비인후과에 재내원하여 검사를 받으니 4kHz 청력 감소가 20dB HL로 감소하였습니다. '정상' 범위에 들어가는 수준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Mimi를 통해 측정한 청력 민감도도 동일하게 4kHz 20dB HL로 나왔습니다. 이를 통해 Mimi 앱이 참고용 추적 검사 용도로 유용함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애플 워치를 통한 소음 측정도 지속해서 사용했는데, 아직까지는 제 생활 패턴 내에서 소음 알림이 온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실시간으로 측정을 하면서 의외로 시끄러운 장소를 몇 군대 알 수 있었습니다. 대로변 길가는 70dB 중반, 버스 안은 70dB 초반, 일부 혼잡한 장소에서는 70dB 후반까지 주변 소음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자주 다니는 대로변이 생각보다 심한 소음의 원인이여서, 최대한 찻길에서 멀리 떨어져 다니는 것이 청력 건강에 좋겠다는 의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워치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건강 지식입니다.

또한 청각장애 환자의 블로그 글을 보면서, 젊은 청각장애 환자에서 추가적인 청력 손실의 흔한 원인으로 '높은 이어폰/헤드폰 볼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관련 기능을 '건강' 앱에서 본 것 같아 찾아보니, '헤드폰 오디오 레벨'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지금까지 아이폰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들은 소리의 음량을 기록해둔 자료가 정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로 앱을 쓰거나 설정을 해 두지 않았는데도 이러한 자료가 잘 수집되고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청력도와 마찬가지로 결과 아래에 자세한 설명이 있는 글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지금 내가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소리의 음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위험한지를 빠르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각종 소음의 음량 예시와 그런 소음에는 얼마 이상 노출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제가 참여한 록 콘서트의 경우 무려 110-119dB이고, 이런 소음에는 일주일에 4분 이상 노출되면 안 된다는 권고사항을 보며 해당 상황에 3시간 정도 노출된 제가 왜 청력 손상을 겪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글에 링크된 설정 페이지를 들어가니, '큰 오디오 소리 줄이기'라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설정해 둔 음량 이상으로 소리가 커질 시 자동으로 음량을 줄이는 기능이었습니다. 음량을 낮추는 걸 깜빡하거나 음량이 유달리 큰 노래를 들을 때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안전을 위해 80dB 이상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설정하였습니다.

 

 

9일차(치료 6일차): 먹먹함과 귀울림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Mimi 앱으로 다시 측정을 해 보니 왼쪽 귀의 청력 손실이 11dB HL 수준으로 완전한 정상 범위로 나왔습니다. 이처럼 자각되는 증상의 변화가 있을 때 바로 직접 검사를 함으로서 변화의 추이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행동(예정된 시기보다 일찍 내원, 심리적 대응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용 기기를 통한 검사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청력 손상이 영구적일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Mimi 앱을 통해 확연히 좋아지는 청력을 보면서 심리적인 위안을 크게 얻고 치료에 끝까지 순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반대로 탁월한 접근성이 과도한 검사, 건강염려증과 같은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12일차(치료 9일차): 병원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귀울림도 먹먹함도 전혀 없고, 아주 가끔(하루 1-2번 정도) 이명이 들리는 정도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정상으로 되돌아온 만큼, 앞으로 소음에 주의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증상이 없어져서 방심하고 있던 찰나, 애플워치에서 소음 주의 알림을 받았습니다. 창문을 열어놓은 버스 안에서 소음 85dB 이상이 3분 이상 지속되자 온 알림이었습니다. 이처럼 한번 설정을 해 놓으면 신경쓸 필요 없이 알아서 Ambient하게 측정하다가 필요할 때 알림을 준다는 것이 편리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용자는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을 때만 행동하면 되니깐요.

 

결론

디지털 헬스케어는 결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규제와 성능상 한계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많은 지금이라 여전히 먼 일이 아닌가 스스로 생각했던 적이 많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어느새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으로 스며 들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애플이라는 신뢰감 있는 기업이 만든 플랫폼과 생태계입니다. Mimi 같은 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애플 건강 앱이라는 허브가 없었다면 저의 상황에 대해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었을 테고, 애플워치가 없었더라면 주변 소음에 계속 신경쓰고 지냈어야 했겠죠. 애초에 에어팟이라는 널리 보급된 주변기기가 없었다면 Mimi와 같이 신뢰성 있는 측정 방식을 접근성 좋게 사용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규격화와 단일화, 소품종 다량생산의 애플 방향성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일종의 표준이 되어 큰 장점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죠.

일시적이지만 장애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애플 생태계에 있다는 것은 '안심되고', '안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비유하자면 사회 안전망을 가진 시민이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있을 때에도 그를 통해 위기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듯이, 저의 경우에도 예상치 않게 건강상 문제를 얻게 되었지만 애플 생태계를 통해 문제를 찾고 해결하며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진단과 치료라는 의료의 핵심적인 부분은 의사를 위시로 한 기존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담당했지만, 그보다 한발짝 밖에서 전체적인 판을 깔아 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만약에라도 규제가 완화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의사 알선과 원격 진료/치료 행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애플이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로서 애플이 지향하는 바는 의사의 느낌보다는 건강 데이터의 보관과 정리(차트), 의료 데이터의 측정(의료기기), 신뢰성 있으나 단편적인 정보 제공(의사의 교육, 팜플렛) 등 의사 주변 것들의 역할을 채워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규제상/기술상 그런 부분부터 공략해나가는 것은 대부분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숙명이지만, 애플은 모든 것을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해내면서 그것을 '아이폰'이라는 단말 하나에 전부 집합해놓고, 각 부분들의 연계가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애플이 가장 잘 하고 자신있어 하는 특장점을 똑같이 해내고 있는 것이죠.

한계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 한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현재의 법률과 규제로서 설정된 것입니다. 이 정도의 플랫폼을 완성한 기업이 다른 부분에도 계획이 없을 수 없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애플이 만들어낸 플랫폼 위에서 각자만의 역량을 보여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바일 분야에서의 성장이 둔화된 애플은, 그들의 성공 공식으로 다시 한 번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이자 기반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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