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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 & Butter Wine - 브랜드 UX의 감탄할 만한 예시 본문

UX Design

Bread & Butter Wine - 브랜드 UX의 감탄할 만한 예시

Alternative_TechTree 2024. 8. 27. 22:11

내가 좋아하는 Bread & Butter(브레드 앤 버터)라는 이름의 와인이 있다.

가족의 권유로 알게 된, 3만원대의 미국 와인이다.

아직 많은 와인을 마셔보진 않았지만, 7만원 이하의 와인 중에서는 이것보다 내 마음을 더 사로잡은 와인은 없었다.

 

자취를 시작하고 자리를 잡았을 때쯤, 갑자기 그 와인이 생각났다.

특히 피노누아 품종의 그 몽환적이고 구름과 같은 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쉽지만 자취하고 있는 곳 근처에는 백화점이 없었기에,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 검색을 했다.

 


 

Bread & Butter 라고 구글에 검색하자, 최상단에 뜬 것이 와인의 공식 웹사이트였다.

물론 한국에서의 구매 방법에 도움을 주진 않겠지만, 어째서인지 링크를 클릭했다.

아마도 그 동작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1. 와인 자체의 신선하면서도 편안한 맛

2.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디자인

이었다고 생각한다. 즉, 내 안에 '이 와인 자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라는 동기가 이미 생성되어 있던 것이다.

Bread & Butter의 라벨 디자인. 단순하나 단조롭지 않은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인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나를 맞이한 건 두 줄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이렇게 생긴 것을 고르세요.

고민하지 마세요.

 

시선은 자연스럽게 배경의 와인 사진으로 옮겨 간다.

와인의 라벨은 캐치프레이즈와 동일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언어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둘 간의 이미지가 연결된다. 연결되는 순간, 그 이미지는 따로따로 보았을 때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주고 더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 고민하지 말고 이 와인을 고르면 되겠구나.'라는 무의식이 형성된다.

 

그 다음, 아래에 조그맣게 있는 About Us로 시선은 옮겨가게 된다.

자연스럽게 스크롤을 내리면,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한 편의 글이 보인다.

 

 

"

우리는 좋은 것들은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좋은 것들은 그저 좋아야 합니다. 정직하고 간단하게요. 우리의 와인도 똑같습니다. 한 병의 Bread & Butter는 잠시 숨을 고르고 어깨를 편하게 내려놓으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기회입니다. 말 그대로 잠시 멈춰서 꽃 향기를 맡을 것을 상기시키는 알림입니다. 때때로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런 소박한 즐거움입니다. 그것이 Bread & Butter가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정직하고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이유입니다.

"

 

메세지에 담긴 철학은 직접적이고 명료하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보편적 인식에서 와인의(나아가 브랜드의) 뼈대를 느낄 수 있다. 단순(Simple), 정직(Honest), 즐거움(Enjoy) 이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과하지 않게 반복되며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하게 된다. 특히 바로 위에서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과 메세지를 보고 온 사람에게, 그 디자인과 같은 결의 언어를 꾸밈 없이 보여 주는 글귀는 브랜드에 대한 굳건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 아래에는 와인의 종류(제품 포트폴리오)와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테이스팅 룸, 와인 클럽)에 관한 세부적 내용이 있다.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직접 접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빠른 전환이 가능한 것은 바로 첫 페이지와 그 아래, 단 두 페이지에서 브랜드에 대한 것을 공고히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힘이 있기에 제품에 대한 권유가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외의 홈페이지 곳곳의 자료에서도 브랜드의 철학은 일관적으로 유지된다. 와인을 쉽고 단순하게, 즐겁고 정직하게 풀어놓는다. 자신들의 와인이 어떤 와인이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느 음식과 어울리고,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를 꾸밈 없이 단순한 언어로 설명한다. 

 

 

미국스러움의 긍정적 극치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에서는 그 뿌리를, 예전 미국 식품의 단순한 라벨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식 산업 디자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켐벨 수프

 

역사와 전통이 부족한 미국 와인이 부리는 기교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를 위해 이렇게까지 철저히 브랜드를 형성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새롭게 와인에 접하는 젊은 대중층이 전통과 역사를 어려운 말로 강조하며 수상이력을 뽐내는 유럽의 와인을 선택할지, 아니면 단순과 정직을 강조하며 주변에서 바로 만나볼 수 있는 미국 와인을 선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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